광주FC서 포항으로 이적한 김종우 2015년 수원삼성서 프로 데뷔... 핵심선수 성장도 2021년 광주FC로 이적... 2년 만에 1부리그 복귀 프로축구 K리그1 포항의 김종우가 10일 제주 시민축구장에서 전지훈련을 하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 목표는 '포항의 왕' 입니다. 포항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싶고, 포항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른바 '상남자'의 향기가 풀풀 흐른다. 툭툭 내뱉듯 말하지만 그 속엔 진심이 묻어난다. 올 시즌 광주FC에서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한 김종우(29)의 각오는 특별했다. 10일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그는 "최선을 다하겠다"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 등 식상한 발언은 아예 하지 않았다. 대신 포항에서 이루려는 목표가 있다며 그것은 "포항의 왕"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포항의 왕'이라니, 그 의미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 신진호 형이 포항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어요. (김)승대 형도 그렇고요. 포항 하면 떠오르는 선수는 두 사람이었지만, 올해는 제가 그걸 맡아보려고요."
김종우의 포항 이적은 급박하게 이뤄졌다. 현재는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신진호(34)가 포항과 재계약에 난항을 겪었고, 포항은 '신진호 대체자'가 절실했다. 그렇게 포항은 김종우에게 접촉했다. 김종우는 정작 지난달 말쯤 자신의 에이전시로부터 포항과의 협상이 결렬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광주에 남게 됐으니 딴생각은 하지 말자'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신진호의 이적 소식을 들은 뒤 어느 날 밤, 김기동 포항 감독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후 이틀도 안 돼서 이적이 마무리됐다.
프로축구 K리그1 포항의 김종우가 최근 제주에서 진행된 K리그 동계훈련 미디어캠프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당시 태국에서 광주의 전지훈련에 참여했던 김종우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다. 곧바로 포항의 전지훈련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에 합류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이뤄진 결과였다. 신진호의 빈자리를 바로 메워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각종 언론에선 그를 '신진호 대체자'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신)진호 형이 나간 자리에 제가 대체로 왔다는 보도들을 접했습니다. (김 감독님이) 그 포지션에 저를 많이 기용하시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신진호 대체자'라는 수식어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그걸 지우는 것도 제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한편으론 형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어서 기대도 됩니다."
김종우는 이적 과정에서 펑펑 운 사연도 털어놨다. 그는 "(광주) 코치님은 가지 말라고 말리셨지만 이정효 감독님과는 오랜 시간 대화를 했다"며 "이 감독님은 '너에게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 '그곳의 훈련 강도가 높으니 부상당하지 않게 관리 잘하라' 등 조언을 해주셨다"고 공개했다. 김종우는 이 감독과 그간 풀지 못했던 마음의 응어리도 풀어냈다고 했다. "지난 시즌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해 힘들었던 부분을 이야기했고, 인사를 드릴 때 펑펑 울었다. 미운 정이 많이 든 것 같다. 죄송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프로축구 K리그1 포항의 김종우가 10일 제주 시민축구장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종우는 사실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새로 부임한 이 감독에게 적응해 나갔지만 쉽사리 출전 기회가 오지 않았고,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도 입었다. 광주가 2부에서 1부 리그로 승격했지만 마냥 행복한 건 아니었다. 포항 이적이 성사되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감독님을 많이 미워했을 때도 있었다"고 적었던 이유다. 이 감독도 "(김)종우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변화를 도모했었다. 그는 좋은 선수다. 그 빈자리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는 이제 포항에서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2015년 K리그1 수원 삼성에서 프로 데뷔를 했다. 2018년엔 중앙에서 탈압박과 절묘한 패스로 수원의 핵심 선수가 되기도 했지만 그 시기는 길지 않았다. 2020년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다 이듬해 2부 리그 광주로 이적했고, 2년 만에 K리그1 무대로 복귀한 셈이다.
그는 걱정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고 말한다. 포항의 주장 김승대가 "김 감독님이 (신)진호 형이 나간 뒤 인상만 쓰고 있었는데 너를 보더니 웃으시더라"는 말도 들었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란다. "제가 실력만큼은 K리그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건방지다고 할 것 같아 그동안 말 못 했죠. 앞으로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K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이청용(울산), 기성용(서울), 윤빛가람(수원FC), 김보경(수원 삼성) 형들 못지않게 잘할 자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