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시즌은 르브론 제임스의 데뷔 20번째 시즌이다. 르브론에 데뷔한 이래 NBA는 수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하지만 르브론만큼은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유망주에서 NBA 최고 슈퍼스타로, 그리고 이제는 노쇠화를 모르는 백전노장으로. 20번째 시즌을 앞둔 르브론을 둘러싼 이슈를 함께 이야기해보자.
*본 기사는 시즌 개막 직후 작성됐으며, 루키더바스켓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대기록의 사나이
'짧고 굵게 혹은 가늘고 길게'라는 말이 있다. 이 표현은 역설적으로 '길고 굵게' 무언가를 해내는 일이 그만큼 희소하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그걸 해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르브론 제임스다.
2003년 10월부터 시작된 르브론의 NBA 커리어는, 그가 30대 후반의 노장이 된 2022년 10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르브론 제임스는 농구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뤄냈다.
파이널 무대만 10번을 밟았고, 그 중 절반에 가까운 4번 우승을 맛봤다. 팀이 우승할 때마다 르브론은 빠짐없이 파이널 MVP를 수상했다.
정규시즌 MVP 트로피 역시 4개에 달한다. 올스타는 18번이나 선정됐다. 데뷔 시즌(2003-2004)이 유일하게 올스타에 선정되지 못한 시즌이다. 그만큼 스타성도 어마어마했다.
올-NBA 팀 역시 루키 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 입성했다. 총 18번 차례 중 퍼스트 팀에 선정된 것만 13번 차례에 해당한다. 특히 2008년부터 2018년까지는 11년 동안이나 퍼스트 팀의 한 자리를 독점했다.
이 시기에 NBA에는 르브론의 드래프트 동기 카멜로 앤써니, 역사에 남을 득점 기계 케빈 듀란트 등 위대한 포워드들이 계속 등장했다. 2000년대를 주름잡은 파워포워드들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며 리그에 남아 있던 시기였다. 이런 경쟁 속에서도 퍼스트 팀 한 자리를 놓치지 않은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명백하게 르브론은 최고 중 최고였다.
르브론은 득점왕(2008년)과 어시스트왕(2020)을 모두 경험한 선수이기도 하다. NBA 역사상 득점왕과 어시스트왕을 모두 차지해본 선수는 단 7명에 불과하다.
오스카 로버트슨, 제리 웨스트, 윌트 체임벌린, 네이트 아치볼드, 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 하든 그리고 르브론이다. 이 중 가드가 아닌 선수는 체임벌린과 르브론뿐이다. 어시스트왕은 특히 단신 선수가 많이 가져가는 타이틀임을 고려했을 때 르브론의 행보는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수상 경력만 대단한 게 아니다. 오랜 시간을, 최고의 위치에 계속 머무른 만큼 그 기간 동안 만든 누적 기록은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치까지 왔다.
일단 통산 득점 기록은 역대 1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르브론은 10월 21일 기준으로 통산 3만 7,113점을 기록했다. 이는 카림 압둘-자바의 역대 1위 기록(3만 8,387점)에 약 1,200점 모자란 기록이다. 평균 20점씩 기록하며 시즌을 건강하게 마무리하면 압둘-자바의 기록을 이번 시즌 내로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불멸의 기록으로 여겨지던 압둘-자바의 기록을 제친 후에도 르브론은 더 높은 고지를 바라볼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사상 최초의 통산 4만 득점 기록이다. 4만 득점 고지 정복은 르브론이 갑작스러운 은퇴나 부상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2023-2024시즌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어시스트왕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했지만, 르브론은 득점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사실 커리어 내내 르브론이 더 두각을 드러냈던 부분은 스코어링보다는 패싱 게임이었다. 실제로 르브론은 현재 통산 1만 5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통산 리바운드 기록 역시 1만개를 넘어섰다.
르브론은 이미 NBA 역사상 최초로 통산 3만-1만-1만 고지를 정복한 사나이다. 그리고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다음 시즌 중에 통산 4만 득점-1만 리바운드-1만 어시스트라는 전무후무한 누적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르브론의 20번째 시즌은 그 역사로 향하는 중요한 교두보다.

레이커스는 어떨까
르브론은 NBA에서 보낸 지난 19시즌 중 대부분의 시간을 승자로 보냈다. 르브론이 소속된 팀은 대부분 플레이오프 진출권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냈으며, 그 중 10개 팀이 파이널에 갔고, 4개 팀이 우승을 맛봤다.
르브론의 팀이 리그 평균 이하였던 적은 사실 손에 꼽을 정도다.
데뷔 시즌의 클리블랜드(승률 42.7%)와 합류 첫 시즌의 레이커스(승률 45.1%), 그리고 지난 2021-2022시즌의 레이커스(승률 40.2%)만이 5할 승률 달성에 실패했다. 그리고 서술했다 시피, 지난 시즌의 레이커스는 역대 르브론의 소속 팀 중 가장 낮은 정규시즌 승률을 기록한 팀이었다.
때문에 르브론의 20번째 시즌 소속 팀이 될 2022-2023시즌의 레이커스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통산 득점 1위 등극이라는 역사를 쓸 가능성이 있는 시즌인 만큼, 레이커스가 르브론의 활약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성적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레이커스의 이번 시즌은 아주 희망적이진 않다. 플레이오프 하위 시드, 혹은 플레이-인 토너먼트 티켓권 수준의 팀이라는 평가다.
2년 전 버블에서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시절에 비하면 확실히 전력이 불안하다.
일단 수비의 핵심 축인 앤써니 데이비스의 건강은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지난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한 이후 데이비스는 건강한 시즌을 목표로 오프시즌 훈련에 임했지만, 10월 트레이닝 캠프 도중 허리 통증을 느끼며 벌써부터 레이커스 팬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데이비스는 앞선 두 시즌 동안 도합 76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 기간 동안 열린 정규시즌 154경기 중 절반이 넘는 78경기를 결장했다. 데뷔 이래 데이비스는 꾸준히 부상 이슈가 따라 붙었지만, 요즘만큼 건강이 문제가 됐던 적도 없었다. 본인은 이번 시즌에 전 경기 출전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하지만, 그게 실제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빅맨진에 데이비스를 제외한 마땅한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포워드 라인 역시 고만고만한 자원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레이커스 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은 오스틴 리브스, 샌안토니오에서 이적해온 로니 워커 등의 분전이 예상되지만 현실적으로 윙 자원들이 가진 개인 역량의 레벨이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개막 후 첫 2경기에서 레이커스는 22.3%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도합 85개의 3점을 시도해 19개만 성공했다. 수비는 지난 시즌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는데, 이젠 3점이 다시 말썽이다. 3점이 좋아지면 수비가 허술해지고, 수비가 안정되면 다시 3점이 안 들어간다. 레이커스가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경험하고 있는 딜레마다.
가드진엔 더 큰 딜레마가 자리잡고 있다. 러셀 웨스트브룩이다.
웨스트브룩은 정규시즌이 개막한 현재가지도 트레이드되지 않고 있다. 여름 내내 트레이드 루머에 이름을 올렸지만, 롭 펠린카 사장과 다빈 햄 감독은 일단 웨스트브룩과 함께 시즌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개막 2경기에서 웨스트브룩이 보여준 경기력인 여전히 실망스럽다. 샷 셀렉션이 여전히 이상하고, 슛 효율도 형편없다. 림 어택도 안 되고 점프슛 메이드도 안 된다. 웨스트브룩을 코너 공격수 겸 상대 핵심 공격수 전담 수비수로 활용하겠다는 다빈 햄 감독의 생각은 나름 매력 있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실제 시즌이 시작해보니 아직까지는 무용지물이다.
개막 2경기의 모습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레이커스는 그토록 인내해온 러셀 웨스트브룩 트레이드를 전반기 안에 단행할 분위기다. 1라운드 지명권 2장을 활용해 웨스트브룩을 인디애나로 보낼 경우, 버디 힐드와 마일스 터너라는 매력적인 자원을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르브론 제임스가 20번째 시즌을 보낼 레이커스는 여전히 이런저런 이슈가 많은 팀이 될 전망이다.

SIDE STORY: 최고의 20번째 시즌을 보낸 선수는 누구일까
역사상 NBA에서 20시즌 이상을 보낸 선수는 단 9명이다. 카림 압둘-자바, 로버트 패리쉬, 케빈 윌리스, 케빈 가넷, 코비 브라이언트, 빈스 카터, 덕 노비츠키, 자말 크로포드 그리고 르브론 제임스다.
사실 20번째 시즌 정도 되면 제아무리 대단한 선수라고 해도 기량은 눈에 띄게 떨어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 모두 전성기에는 대단한 스타였지만, 커리어 20번째 시즌에는 당연히 기량이 예전 같지 않았다.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은퇴 경기(60득점)를 해내고 코트를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도 은퇴 시즌에는 야투율이 35.8%에 불과했다. 하지만 평균 17.6점을 기록하며 역대 모든 NBA 선수의 20번째 시즌 중 가장 높은 평균 득점 기록을 만들어냈다. 코비는 은퇴 시즌이었던 20번째 시즌에도 득점 기계다웠다.
전성기엔 알고도 못 막는 득점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덕 노비츠키(학다리 페이더웨이)와 카림 압둘-자바(스카이 훅슛) 역시 20번째 시즌에는 각각 평균 12.0점 10.1점을 기록할 정도로 존재감이 옅어졌다. 케빈 가넷(6.9점), 빈스 카터(5.4점)는 코트 안보다는 코트 밖에서 더 힘을 발휘하는 선수로 바뀌었다.
르브론 제임스는 20번째 시즌인 2022-2023시즌의 첫 2경기에서 평균 25.5점 12.5리바운드 7.0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야투율도 44.2%로 준수했다. 이 페이스를 그냥 유지만 해도 르브론은 역대 20시즌 이상을 뛴 모든 선수 중 가장 경이로운 시즌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르브론에 대해 수비 퍼포먼스가 너무 하락했다는 비판도 보내고 있다. 반박하기 힘든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르브론의 수비 코트 경기력은 평균 이하다. 하지만 수비력 하락은 백전노장이 된 모든 선수가 경험했던 일이다. 수비의 기본은 체력과 에너지 레벨이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 리그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이었던 코비 브라이언트조차 말년에는 수비력이 크게 떨어져 구멍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었다. 덕 노비츠키나 빈스 카터도 마찬가지였다. 수비가 약하다고 해서, 르브론의 현재 퍼포먼스가 평가절하 당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과연 르브론 제임스는 가장 위대한 20번째 시즌을 보낸 선수로 역사에 남을 수 있을까? 지금 르브론의 몸 상태와 플레이를 보면 전혀 어렵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