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일레븐)
9년 전 2013 K리그1 39라운드에서 있었던 일이다.
선두 울산 현대와 2위 포항 스틸러스의 승점 차는 5점이었다. 두 경기를 남긴 시점이었기에, 울산의 우승 가능성이 매우 크게 전망되었었다. 더욱이 2013년 11월 27일에 있었던 39라운드 대진은 킥오프 시점상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오후 2시 포항과 FC 서울의 대결이 펼쳐진 후 저녁 7시 울산과 부산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었다.
울산 처지에서는 2위 포항이 서울을 상대로 무승부 이하의 결과를 낼 경우 당면한 부산전은 물론 그 다음 홈 포항전 승리와 상관없이 K리그1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느긋하게 포항과 서울의 대결을 지켜볼 여유가 있었다. 언론과 팬들로부터 '사실상 우승 확정'이라는 전망을 받았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흘러갔다. 포항의 자멸 덕분에 우승 확정이라는 시나리오는 빗나갔다. 포항은 서울을 3-1로 대파했다. 그래도 울산에 유리했다. 같은 날 부산전에서 이기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여전히 우승의 향방은 울산 손에 있었고, 실제로 경기는 그렇게 흘러갔다. 전반 21분 하피냐가 선제골을 넣으며 울산의 손에 우승컵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울산은 주도권을 빼앗기더니 부산의 공세에 흔들리기 시작했고, 후반 23분 이원영에게 동점골을 내주더니 후반 44분 양동현의 도움을 받은 파그너에게 역전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선두 울산과 2위 포항의 격차는 불과 2점, 맞대결이 예정된 최종 라운드 결과 여부에 따라 선두가 바뀔 여지가 주어졌다. 때문에 윤성효 당시 부산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시즌이 끝났으니 두 팀의 경기를 즐겁게 TV로 관전하겠다"라고 웃었다. 그리고 울산과 포항의 최종 승부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는, K리그 팬들이라면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굳이 9년 전 기억을, 아마도 울산 팬들에게 사무칠 정도로 아프게 남았을 그 경기를 거론한 이유가 있다. 우승까지 승점 1점을 남기고 있는 울산의 현 상황이 그때와 묘하게 비슷하다. 지금 울산은 그때처럼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아마 9년 전처럼 트로피 귀를 움켜쥐었으니 이제 들어올릴 일만 남았다고 생각할 듯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만에 하나 오는 16일 오후 2시 춘천 송암스포츠파크에서 벌어질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 강원 FC전에서 9년 전 부산에 당했던 패배를 되풀이할 경우, 2위 전북이 같은 라운드에서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두 팀의 승점 차는 3점으로 좁혀진다.
두 팀의 득점 수는 거의 엇비슷해(울산 54골, 전북 52골) 이번 라운드 이후 다득점상으로는 우선 순위가 뒤집어질 확률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울산은 또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무조건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과 두려움이다. 반면 어차피 잃을 게 없는 전북은 끝까지 도전할 것이다.

이 불길한 시나리오를 언급한 이유가 있다. 울산이 진정 우승을 꿈꾼다면, 여기서 모든 걸 멈춰야 한다. 설령 강원전에서 진다고 해도 아직 우승 가능성은 울산이 더 크다고 하지만, 의외로 이 시기에 승점 1점을 추가하지 못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우승 경쟁은 아니었지만, 2020시즌 K리그2로 강등당한 부산의 사례가 그랬다. 부산은 두 경기를 남기고 1점만 얻었으면 잔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1점을 얻지 못해 강등당했다. 승점 1점 획득,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비치긴 하지만 모든 성적이 결정되는 지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지난 11일 포항 원정 전후로 "아직 우리 손에 아무 것도 쥐어진 게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전북 현대를 안방에서 잡고 사실상 우승 수순에 돌입했다는 식의 분위기를 가장 경계했다. 옳은 진단이다. 지금 울산은 산술적으로 1위 자리를 빼앗길 확률이 극히 적다는 현 상황을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차라리 이번 강원전을 90분 내에 결판을 봐야 하는 토너먼트 승부라고 여기는 게 낫다. 그래야 23일 안방에서 예정된 시즌 최종 라운드 제주전에서 마음 편히 우승 파티를 열 수 있다. 기억해야 한다. 아직 아무 것도 결정이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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