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슈퍼루키 문동주(사진=한화)
[스포츠춘추=대전]
6월 3일 열린 대전 키움-한화전에서 7회초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삼진을 당했다. 다른 타자 같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만한 장면. 그러나 타자가 슈퍼스타 이정후, 투수가 슈퍼루키 문동주라면 한 번쯤 다시 돌려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삼진은 올 시즌 이정후가 당한 8번째 삼진이었다. 이정후는 이날까지 총 52경기 225타석에서 단 8번만 삼진으로 물러났다. 역대 200타석 이상 타자 가운데 이보다 삼진을 적게 당한 타자는 아무도 없다. 1988년 태평양 김일권이 343타석 8삼진, 1988년 해태 김봉연이 209타석 8삼진으로 역대 최소 삼진 기록을 남겼다. 2022년 이정후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삼진 잡기 어려운 타자다.
올해 이정후는 타석당 삼진 3.6%를 기록 중이다. 이는 1988년 김일권(2.3%), 1989년 OB 김광수(2.7%), 1989년 MBC 노찬엽(3.3%) 다음가는 역대 최소삼진율 4위 기록이다. 이 부문 10위권에 1990년 이후에 태어난 타자는 이정후 하나뿐이다. 30위권 내에 2000년대 타자는 이정후 하나밖에 없다. 이정후는 다른 시대 다른 리그를 살고 있다.
이정후는 4월 한 달간 단 세 번만 삼진으로 물러났다. 5월에는 1일부터 25일까지 20경기 동안 한번도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대비 헛스윙 4.9%, 컨택율 92.4%에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율이 94.4%인 이정후를 삼진으로 잡는 건 낙타를 바늘구멍에 넣는 것만큼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그런 이정후를 한화의 신인투수 문동주가 삼진으로 잡았다. 윌머 폰트, 임준형, 알버트 수아레즈, 글렌 스파크맨, 박세웅, 찰리 반즈, 고영표에 이어 리그 투수 중에 8번째로 문동주가 해냈다. 더 놀라운 건 3구, 4구 연속 헛스윙을 유도했다는 점이다. '1타석 1스윙'이 타격 지론인 이정후가 타석에서 헛스윙을, 그것도 두 번 연속 헛스윙하는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놀라운 건 또 있다. 이정후를 삼진으로 잡은 문동주의 구종은 체인지업이다. 체인지업은 문동주가 프로에 와서 새로 장착한 구종이다. 고교 시절 스플리터가 주무기였던 문동주는 프로에 와서 최원호 2군 감독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체인지업을 배웠다.
데뷔전부터 첫 7경기 동안 문동주는 체인지업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5월 13일 롯데전에서 딱 1구 던진 것 외에는 빠른 볼과 슬라이더, 커브만으로 승부했다. 31일 NC전부터 체인지업 봉인을 해제했다. 이날 30구 중에 5구를 체인지업으로 던져 실전 사용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그리고 3일 키움전에서도 33구 중에 3구가 체인지업이었다. 3구 모두 이정후 타석 때 사용했다. 이정후 타석 2-3-4구를 전부 체인지업으로 던졌다. 2구째 140km/h 체인지업은 볼이 됐고 3구째 141km/h 체인지업에 이정후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이어 4구째, 143km/h 짜리 낮게 떨어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이정후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크게 바운드된 공을 포수 최재훈이 잡지 못해 이정후는 1루에서 세이프. 이정후가 삼진 당한 것도, 연속 헛스윙한 것도, 폭투성 공에 헛스윙한 것도 놀랍지만 그걸 잡아낸 공이 문동주의 체인지업이라 더 놀라웠다.
문동주는 이날 2이닝 동안 총 33구를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평균구속 151km/h의 속구와 슬라이더, 커브에 더해 비장의 무기 체인지업까지 꺼냈다. 괴물타자 잡는 괴물투수, 그 끝없는 진화가 과연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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