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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국내축구] 자칭 '축구 종가' 中... 2026 월드컵에 명운 건다2022-12-11 02:24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베트남 대표팀과 맞붙은 중국 대표팀(빨간색 유니폼). 중국 대표팀의 에이스 공격수 우레이 선수(가운데)가 공을 향해 발을 날리고 있다. photo 뉴시스



대회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확인한 것은 아시아팀의 대약진이다. 한국은 지난 12월 3일(이하 한국시간)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2 대 1로 누르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다. 일본도 우승후보 독일과 스페인을 차례로 누르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16강에 진출했다. 아시아 국가가 두 대회 연속 16강에 진출하는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호주도 튀니지와 덴마크를 차례로 누르고 16강에 진출했다.

비록 한국, 일본, 호주 등 AFC 소속 3개국은 16강전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지만, 아시아팀의 약진은 사상 최초로 중동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에서 확인한 두드러진 성과다.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은 "아시아 축구 역사상 최초로 3개팀이 16강에 오른 분수령 같은 순간"이라고 했다. 다만 아시아팀의 약진에 자칭 '축구 종가(宗家)' 중국은 본선 진출에 실패해 남의 집 잔치를 곁눈질만 하면서 지켜봐야 했다.

지난 12월 3일 한국과 일본의 16강 동반진출이 확정된 직후 중국 인터넷에서는 "14억 중에 공 잘 차는 11명을 못 뽑느냐"는 자국 대표팀과 중국축구협회를 성토하는 여론이 폭증했다. 축구를 '족구(足球)'로 부르는 중국은 '족구'가 중국의 고대 스포츠 '축국(蹴鞠)'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해 왔다. 제프 블래터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역시 2004년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대회 때 "축구의 발상지는 중국 산둥성 즈보의 린즈(臨淄)"라며 중국의 축구종가설을 인정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의 '사기' '수호전' 등에는 축구에 관한 기록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14억 중 공 잘 차는 11명 못 뽑느냐"

다만 올림픽과 같은 개인 스포츠 위주의 경기에서 세계 1~2위 성적을 자랑하는 중국은 유독 축구에서는 성적이 저조하다. 14억 인민의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로, 지금은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마저 위협할 지경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카타르월드컵에 쏠려 있는 사이, 중국에서 20~30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제로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白紙)시위'가 일어난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심지어 지난 11월 30일 작고한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최대 스포츠 업적 중 하나로 '베이징 하계올림픽 유치와 중국 대표팀의 한·일월드컵 본선 진출'이 거론될 정도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중국의 저조한 성적은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에도 적지 않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월드컵 시장에 '반쪽' 진출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을 제외하고는 월드컵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가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 때마다 각종 기념품 등을 찍어내는 소상품 천국 저장성 이우(義烏) 등지에서는 월드컵 특수가 일어나고, 월드컵 직전 홍콩에서는 대량의 월드컵 짝퉁들이 발각되기도 했다.

다행히 카타르월드컵 4년 뒤 열리는 2026년 월드컵에는 중국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전망이다. 2026년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중미 3개국 공동개최로 정해진 상태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24년 만의 첫 공동개최로, 3개국에서 공동으로 열리는 것은 2026년이 처음이다. 게다가 2026년 북중미월드컵 때부터는 본선 진출국이 현행 32개국(4개팀 8개조)에서 48개국(3개팀 16개조)으로 늘어난다.

중국, 2026년 북중미월드컵 기대

AFC 산하 아시아팀(호주·사우디·이란 등 포함)에 배정된 월드컵 본선 진출권도 현행 4.5장에서 8.5장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다. 자연히 중국은 오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본선 진출에 국가적 명운을 걸 것으로 보인다. 본선 진출국 숫자가 대폭 늘어나는 만큼 큰 이변이 없다면 중국 역시 가슴에 오성홍기를 부착한 유니폼을 입은 자국 선수들을 2026년 북중미 3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출전권이 2배로 늘어난다고 해서 중국팀의 본선 진출 전망이 반드시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카타르월드컵 직전 호주를 포함한 AFC 소속 12개국이 카타르행 티켓을 놓고 겨룬 최종예선에서도 중국은 승점과 골득실 등을 합산해 매긴 순위에서 종합 11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중국보다 승점과 골득실이 뒤처진 나라는 베트남이 유일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일 음력 새해 첫날에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중국은 베트남에 1 대 3으로 충격패를 당하기도 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에 한국의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에 66년 만에 당한 첫 패배에 중국은 한동안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다. 시진핑의 의중을 대변하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이튿날 "져서도 안 되고 질 수도 없는 경기에서 졌다"고 자국 대표팀의 패배를 통렬히 질타할 정도였다.

반면 중국이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유의미한 성적을 기록할 경우, 중국은 이르면 2030년 또는 2034년 월드컵을 자국에 유치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FIFA의 '대륙별 개최원칙'에 따라 아시아 개최순번이 2022 카타르월드컵부터 두 대회를 건너뛴 2034년에 다시 돌아오는 점을 감안하면 2034년 개최 가능성은 더 높다는 평가다.

게다가 2026년 북중미월드컵은 지난 10월 말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해 오는 2027년 말까지 임기가 늘어난 시진핑 총서기의 재임 중 열린다. 시진핑 총서기는 국가부주석 시절인 2011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박지성 선수의 사인볼을 선물받고 "중국이 월드컵에 진출하고, 월드컵을 개최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나의 세 가지 꿈"이라며 이른바 '축구몽(夢)'을 밝힌 적이 있다. 국가부주석 시절인 지난 2012년 2월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는 직접 축구공을 시축하기도 했다.
 

2012년 2월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크록파크 경기장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당시 국가부주석)이 축구공을 향해 발을 날리고 있다. photo 뉴시스



해외용병 귀화시켜도 별무효과

다만 해외리그 경험이 풍부한 자국 선수들이 부족한 것은 중국 축구의 최대 고민이다.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소속된 선수 가운데 해외클럽에 소속된 선수는 지난 8월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RCD에스파뇰에서 뛰었던 중국팀의 에이스 우레이(武磊) 선수가 유일하다. RCD에스파뇰은 구단주가 중국의 완구업체 싱후이(星輝·라스타)그룹 천옌셩(陳雁升) 회장인데, 그나마 최근 구단 매각설이 나오면서 우레이도 방출돼 현재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다.

대신 중국 국가대표팀은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지난 2019년부터 해외 용병선수들을 대거 중국 국적으로 귀화시켰다. 2019년부터 그리스계 키프로스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잉글랜드 국적의 니코 예나리스를 '리커(李可)'란 이름으로 귀화시켜 중국 축구 대표팀에 편입시킨 것을 시작으로 귀화선수들이 줄을 이었다.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중 귀화한 해외용병은 4명에 달한다. 아란(阿蘭·알랑 카르발류, 브라질), 장광타이(蔣光太·타이어스 브라우닝, 영국), 페이난둬(費南多·페르난두 엔리케, 브라질), 뤄궈푸(洛國富·알로이시오 도스 산토스, 브라질) 등 사실상 외인부대다. 옌볜 출신의 조선족 선수 진징다오(金敬道)와 츠중궈(池忠國)도 중국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중국 대표팀은 피부색이 전혀 다른 외인부대를 과감히 수혈했음에도 불구하고 카타르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등 성적표가 신통치 않았다. 심지어 혼혈이 아닌 최초의 순수 귀화 케이스로 2019년 아이커선(艾克森)이란 이름으로 중국 대표팀에서 뛰었던 브라질 출신의 이우케종 카르도주는 카타르월드컵 준비 도중 대표팀을 나와 현재 브라질 국적 회복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카타르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리톄 전 중국대표팀 감독. 지난 11월 중국공산당 기율검사위의 조사를 받은 뒤 현재 행적이 묘연하다. photo 뉴시스



외국감독 블랙홀, 국내감독 '숙청'

유명 해외감독 영입도 별무효과다. 중국은 1994년 미국월드컵을 앞두고 영입한 클라우스 슐라프너(독일)를 필두로 밥 호턴(영국), 보라 밀루티노비치(세르비아), 아리 한(네덜란드),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세르비아),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스페인), 알렝 페랭(프랑스),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아),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 등 숱하게 많은 해외감독들에게 중국팀을 맡겼다. 하지만 모두 월드컵 지역예선에서조차 신통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가장 좋은 성적은 '16강 제조기'로 불리는 밀루티노비치 감독 아래서 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정도다. 물론 당시도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이 본선 자동출전권을 따내면서 중국에 기회가 돌아갔다. 2016년 독일월드컵에서 조국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중국 대표팀 지휘봉을 두 번이나 잡았으나 중국팀의 체질을 바꾸는 데 끝내 실패했다. 리피 감독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았으나 저조한 성적에 중도 사임했다.

이후 중국 대표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중국 대표팀 선수로 출전하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에버턴과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 선수로 뛴 리톄(李鐵) 감독이 이끌었으나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도중인 지난해 12월 성적부진으로 자진 사임했다. 이후 리톄 전 감독과 함께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함께 선수로 출전했던 리샤오펑(李霄鵬) 현 감독이 지휘봉을 넘겨받았지만, 리샤오펑 감독 역시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일본과 베트남에 각각 0대 1, 1 대 3으로 패했다.

한편 리톄 전 감독은 카타르월드컵 개막 직후인 지난 11월 26일 뇌물수수와 부정축재 등의 혐의로 중국공산당 기율검사위의 조사를 받은 뒤 현재 종적이 묘연한 상태다. 이에 중국 당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에 대한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카타르월드컵 도중에 리톄를 기획숙청했다는 설도 확산되고 있다.

"월드컵 유치 통한 본선 진출이 쉬워"

자연히 중국에서는 "월드컵 유치를 통해 본선 자동출전권을 확보하는 것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더 빠르고 현실적인 길"이란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중국은 후진타오 전 총서기 집권 때인 2010년경, 2026년 월드컵 자국 개최를 타진해 왔다. 하지만 당시 국가대표 선발비리와 승부조작 등의 혐의로 셰야룽(謝亞龍) 전 축구협회 부주석, 난융(南勇, 조선족) 축구협회 부주석 등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월드컵 유치를 포기한 바 있다. 그 결과 2026년 월드컵 유치전은 중국이 빠지면서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3국과 모로코 간의 경합으로 시시하게 진행된 바 있다.

지금도 중국은 자국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FIFA에 막대한 후원을 하고 있다. FIFA 최고 등급 스폰서인 'FIFA 파트너' 7개 기업 중 1개 기업이 중국 기업(완다)이다. 그 아래인 'FIFA 월드컵 스폰서' 7개 기업 중 3개 기업(하이신·비보·멍뉴)이 중국 국적이다. 월드컵 본선에 16강까지 진출한 한국의 FIFA 파트너 기업이 1곳(현대차기아), 일본이 전무한 것과도 대조를 보인다.

이 중 최고 등급스폰서인 FIFA 파트너 '완다'는 중국에서 주로 오피스빌딩과 쇼핑몰,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을 개발하는 부동산 디벨로퍼다.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은 2015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인수해 홈구장에 '완다' 간판을 붙인 적이 있다.

하이신(海信·하이센스)과 비보(VIVO)는 각각 TV와 스마트폰을 주력으로하는 IT기업, 멍뉴(蒙牛)는 2008년 멜라민 분유사태를 일으킨 유제품 업체다. 중국팀이 본선 무대에 진출하지 않는데도 이 정도 후원을 할 요량이면,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FIFA의 곳간이 지금보다 최소 2~3배 이상 불어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밖에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많은 해외 명단구단들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시진핑의 '축구몽'에 발맞춰 무려 30개에 달하는 해외 축구클럽을 인수하거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시진핑이 2015년 영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와 함께 중국이 지분투자를 단행한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맨체스터시티의 홈구장을 찾아간 전후다.

지금은 거품이 빠지면서 상당수를 처분했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터밀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RCD에스파뇰 등의 명문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황희찬 선수가 속한 영국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의 구단주도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郭廣昌) 푸싱그룹 회장이다. 이에 "월드컵에 중국 선수는 없어도, 골 넣는 선수의 사장님은 중국인"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다만 '돈'으로 월드컵 본선 자동출전권을 따낸다고 해도 '오일머니'로 개최권을 따낸 카타르와 같이 불명예스럽게 월드컵을 마칠 수도 있다는 것이 오히려 고민이다. 월드컵 사상 최초로 본선 진출 경험 없이 개최국 자동출전권을 부여받아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한 카타르는 에콰도르, 세네갈, 네덜란드에 차례로 지며 3전 전패로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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